[사설]완주·전주의 미래를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 있는가

  • 등록 2026.01.08 10:2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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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의원은 스스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

 

2004년 3월,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은 한국 정치사에 오래 남을 발언을 했다.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다.”

 

이 발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특정 세대를 민주주의의 주체에서 배제해도 된다는 위험한 인식이었고, 정치인의 자격을 의심케 하는 선언이었다. 그 대가는 혹독했다. 거센 국민적 반발 속에 그는 선대위원장직과 비례대표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고, 정치적 신뢰는 크게 훼손됐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지금, 정동영 의원은 다시 지역의 미래를 논하는 자리에 서 있다.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두고, 그는 민의를 대변하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안호영 의원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장면은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완주 지역에서 통합 반대 여론은 70%를 훨씬 넘는다. 이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민의다. 민주주의에서 국회의원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충실히 전달하는 안호영 의원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것은, 민의를 거스르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 이는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하는 주장이다. 지역 주민의 뜻을 따르는 국회의원이 비판받아야 한다면, 그 정치는 이미 방향을 잃은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모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정동영 의원 본인의 위치다. 그는 과거에 스스로 “곧 무대에서 퇴장할 세대”라고 규정했던 연령대에 이제 속해 있다. 젊은 세대의 역할을 강조하며 고령층의 정치 참여를 문제 삼았던 정치인이, 정작 자신이 그 나이가 된 뒤에도 여전히 지역의 미래를 좌우하려 드는 모습은 모순을 넘어 자기부정에 가깝다.

 

정치는 자리 지키기가 아니다. 정치인은 언젠가 물러나야 하며, 그 시점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 또한 책임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단기적 정치 계산이나 기성 정치인의 영향력 과시로 결정될 사안이 아니다. 인구 구조 변화, 청년 유출,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 등 미래 세대가 가장 오래 감당해야 할 문제다. 그렇기에 이 결정은 더욱 신중해야 하며, 무엇보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 그리고 젊은 세대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한다.

 

2004년의 발언이 진심이었다면, 지금 정동영 의원이 취해야 할 태도는 분명하다. 완주와 전주의 미래는 젊은 세대와 지역 주민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한 발 물러나는 것이다. 그것이 과거의 경솔한 발언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며, 정치인으로서 마지막으로 보여줄 수 있는 품격이다.

 

민의를 따르는 국회의원에게 결단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결단이 아닌가.

편집부 dosa2092@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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