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94를 뚫는 코로나19 창문 잠그고 현관문 닫고 다가오는 손 뿌리쳤지만 와글와글 팥죽 쑤어 붉게 물드린다 태풍 같은 강풍과 때 잊은 적설 경보가 내일을 우울하게 하지만 쌩끗 웃는 목련과 진달래 벚꽃도 외출 할 날만 손꼽으니 칭기즈칸이나 알렉산더를 뛰어넘는 팬데믹 날선 검이지만 턱밑까지 차오른 사월의 가슴을 길들일 수는 없으리라
불씨는 손가락 끝이나 콧김으로 길들일 수 있지만 틈새를 노리는 사기꾼이라 한 입에 집 한 채는 순간이고 간식거리에 불과한 한 동의 아파트다 구름 걸치는 검푸른 산악도 처음은 꽁초로 날게 짓 하지만 시작은 반이고 하룻밤이면 고개를 넘는 점령군이다 목탁을 두들기는 딱따구리의 염원도 눈물 짖는 뻐꾸기 사모곡도 재롱떨던 다람쥐 눈망울까지 보쌈하는 다비식장 불바다가 탈바꿈 한 오늘은 촛불이다
창밖이 하도 시끄러워 문풍지 침 발라 구멍을 내고 왼쪽 오른쪽 눈을 빼꼼히 내밀어 빨갛게 꽁꽁 고드름이다 조금씩 풍선 되어가는 꽃망울 치마폭 훨훨 낙하산 펼치면 무지개 꽃구름 봄날을 엮는다
받아들이기엔 부끄럽고 안고 가기엔 가시면류관 나아갈 길 가시밭 길 돌아갈 길 떠내려간 외다리다 새끼 안을 힘없고 찬 서리 내린 빈 가슴 도망치고 싶어 발만 동동 거린다 택시마저 기어가는 난곡동 어두운 밤길 촛불 하나 요람이 되는 빈 상자처럼 엄마 품은 못 되어도 눈비 가려주는 우산 하나 빌려 줄 손길은 어디에
연어들이 이 골목 저 골목 흩어져 살던 곳에서 떼를 이루며 쌈 줄 튼 곳을 향하여 몰려오는 계절이다 지피에스 하나 들고 챙기는 봇 다리 속에 스쳐간 기억들은 풀어 놓을 선물들이다 보름달 되어가는 자녀들 얼굴들이지만 서울과 제주도 태평양까지 빈 틈 없이 거미줄 친 코로나가 양 팔 벌리니 날아간 뻐꾸기 손꼽는 오목눈이 두 눈은 구슬을 엮는다
새가 노래하는 날이 되기까지는 찬서리 속에서 봄날인가 했었고 꽃도 피었습니다 함박눈인가 했어도 진눈깨비이었고 눈보라는 몰아쳤습니다 하루는 웃었지만 다음 날은 울었고 울음 반 웃음 반 모자이크 되면서 그날을 손꼽았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몇 번의 낙심과 몸살을 요구했고 기다림이 필요했습니다 임이 오시기까지는
때 되어 부르신다면 임의 목소리가 되게 하소서 당신께서 부르실 땐 사령관의 호령이 아니라 귓속을 간질이게 하옵소서 타이탄의 외침이나 세월호의 부르짖음이 아니라 만찬을 준비한 카페의 여인이나 아침상 차려놓은 아내의 음성처럼 들리게 하옵소서
낚싯대를 챙기는 뜨내기들이고 모여드는 곳 빌딩의 숲 테헤란로지만 만경강 고산천 운주와 두메산골 동상면까지 각기 다른 배 타는 포구이다 수영한번 못해본 꾼들이지만 소용 도리 치는 파도 속 꼬리치는 고래 떼 낚으려고 꼴뚜기 고등어 참치까지 던지는 미끼고 자꾸만 큰 놈으로 바꾸는 것이다 팔딱팔딱 손안에 밍크고래 낚으려다 바닥나는 낚싯밥이고 빈손 되어 날 새고 보면 옷 벗은 낚싯대 하나
육십 대 가장 뜰 앞의 감나무 나뭇잎 하나 없고 홍시 하나 없는데 흔들리는 가지에 눈발 날리고 찾아오지 않는 멥새들이다 오지 않는 자녀들 허리 아픈 노인은 딸 필요 없고 장대 들 수 없어 다닥다닥 달려있는 그대로 곶감이고 되어가는 홍시고 산새들 부잣집 앞마당이다
살랑거리는 꽃밭에 나비는 오늘의 태양은 푸르고 눈부시고 송이 꿀 빠느라 쑥 같은 어제의 산고는 깨소금 되는 추억일 뿐이다 등 터트림의 땀과 피 어금니 악 물고 하얀 손수건 봉선화 물 드리지 않았으면 어둠의 방랑자 관속을 두들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