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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일상]가을 편지

지리산 자락 축제가 한창인 운봉
발 빠르기로 소문난 동네답게
팔월도 마무리하기 전 구월의 대문 밖 
새벽부터 고개 숙여 편지를 읽느라 
쳐들어오는 땅거미조차 눈길 돌리지 않는다

 

만경강 둔치의 코스모스 
빨갛게 하얗게 노랗게 마음대로 
편지를 쓰느라 반 토막 나는 하루해이고
아침저녁 찬바람 친숙해지는 구월 말 
편지 읽는 행사장 불 지필 것이다

 

산자락 다랑이 논 지평선 들녘에도
배낭 속 편지 초행길 구월이지만 
찬 서리 한 아름 시월이 되면

 

제방과 둔치와 산과 들 길목이 손잡고 
붉은 크레파스로 세게 약하게 눌러 쓴 편지를
무대에 올리면 활활 봉홧불 되는 점령군 
불타는 단풍잎 가을편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