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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빼앗긴 완주 산과 들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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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신문]올 1월 국민권익위는 2020년 공공기관 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외부에서 평가한 청렴도에서 완주군은 가장 낮은 등급인 5등급을 받아 82개 군단위 지차체 중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특혜, 부정청탁, 금풍 향응, 편의 등 부패 경험을 측정하고, 부패 사건 발생 현황을 아울러 산출한 결과다. 그래서인가, 그 얼마 뒤 완주군은 청렴 서약식을 열었다. △공직자로서 법과 원칙을 준수 △직무 관련한 금품과 향응 수수 금지 △공직자로서 완주군 행동강령 준수 △부당한 압력 행사나 청탁 금지 등을 철저히 준수해 부정・부패 없는 청렴한 행정을 다짐한 것이다.

 

오늘 다시 청렴 서약식이라는 그 호들갑스런 해프닝을 떠올리게 되었다. 동상면 산등성이와 어깨를 맞댄 고산면 5개 마을(안남, 종암, 신상, 대향, 운용)에서 10년 동안 암에 걸려 죽거나 앓고 있는 주민 50명의 이름을 읽어내려가면서다. 지난 30년 동안 산을 깍아 돌을 캐낸 자리도 흉물스럽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미세한 돌가루가 퍼져 내려와 마을에 내려앉고, 사람들이 들이 마실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공포스러웠는데, 암 환자들이 그리 많이 생겼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돌을 캐낸 자리에서 흘러내릴 수밖에 없는 어마어마한 토사는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생물들이 살기 어렵도록 황폐화된다. 만경강은 또 그렇게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석산 개발이 30년 동안 어떤 근거로 허가되고, 재허가 되었는지, 그 운영을 어떻게 관리, 감독해 왔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러한 궁금증을 풀고 해법을 찾으려면 먼저 엄밀하게 조사해서 책임을 묻고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비봉면 보은폐기물매립장 문제를 처리하는 걸 보노라면 그런 상식적 생각이 허무맹랑한 낙관인 것 같다. 감사원의 보고서(2020년)에 따르면 적어도 5명의 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되어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매립할 석분 폐기물이 없는 상황인데도 매립장 설치를 허가해주는 어이없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겠는가, 고화토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골짜기를 적시고 개울을 썩어가게 하는데(조사결과 침출수에서는 발암물질인 페놀이 기준치의 152배 넘게 나왔으며, 토양에서도 지정폐기물로 분류될 만큼 중금속인 구리가 기준치 이상 검출) 이를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가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겠는가. 매립장 인근 산지에 불법으로 고화토를 매립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났겠는가. 그 모든 불법 행위들의 결과는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우리가 낸 세금으로 뒷감당하게 되어있다. 그러나 그 공무원들은 지금도 버젓이 군청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법에 정해진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계곡을 파헤치고, 국유지를 무단으로 점유해서 불법 담장과 대문을 설치하고, 여러 차례 산림법을 위반해서 산지를 훼손한 신흥계곡 양우회에 대해 10년이 넘도록 수수방관하는 행태는 또 어떤가? 

 

위에서 언급한 고산, 비봉, 경천의 사례만으로도 개발업자들과 공무원들의 끈끈한 커넥션이 동맹 수준이겠구나 예상되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과 추론의 결과가 아닐까. 그러나 그 모든 일을 총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군수는 한마디 말이 없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런 이런 조치를 취하겠습니다.’는 말 까지는 기대하지도 않겠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결탁된 비위를 샅샅이 조사해 진상을 밝히고 그에 다른 문책을 하는 것이 군정을 책임지라고 선출된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그러나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완주군청의 일상은 흘러간다. 앞으로도 그렇게 흘러갈 것인가?